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4] - 요한 사도를 위한 변명

“GPT가 설교하는 시대?”… 무릎 꿇는 영성 사라진 한국교회 향한 일침

요한계시록보다 늦게 쓰인 요한복음, ‘삶의 자리’로 풀어낸 파격적 가설

파괴된 성전 너머 ‘참 성전’ 선포한 요한, 21세기 예배의 본질을 묻다

박상돈 교수 | 합동총회신학교 성경신학

 

목회자에게 성경 해석은 출산하는 일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물론 요즘 AI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신세대 목회자는 예외인가 봅니다. 설교하고픈 본문과 흐름을 대충 말하면 알아서 AI가 해준답니다. 여기에 다른 신학 관점까지 주문하면 훨씬 고급 정보도 나온답니다. 제 핸드폰에도 AI시대와 설교란 제목으로 세미나 소개가 뜹니다. 그래서 신세대 목회자는 설교 고민이 없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목회자만 신세대였으면 괜찮은데 성도들도 신세대라고 말합니다. 신세대 성도들 역시 AI로 작성된 설교를 꿰뚫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엔 목회자 개인 성향이 풍기는 문구로 재조정해야 한답니다. 그래서 AI가 작성한 설교를 덜 다듬어진 초고로 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목회자 특유의 언어를 추가해 바꾸면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씀을 붙들고 씨름하는 과정이 없어도 정말 괜찮습니까? AI는 어떻게 말해도 기계 아닙니까? 더구나 영성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무감각, 무감정 아닙니까? 문제는 AI가 작성한 설교를 서슴없이 활용하려는 목회자 아닙니까? 여기에 그런 설교에 감동하는 성도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어떨 때는 이쯤에서 은퇴하길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릎 꿇는 영성이 희미해지면 목회 현장이 이상해집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 지형에서 뒤틀린 영성을 봅니다. 성공주의 신화에 매몰된 교회와 목회자가 한둘이 아닙니다. 식당 봉사자가 없어서 업체에 음식을 맡긴 교회도 있답니다. 또한 주차 관리 요원이 없어서 업체에 위탁한 교회도 있습니다. 성도들 역량을 극대화하려는 선한 발상 아니냐고 말합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찜찜함 혹은 찝찝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선지 1세기 초대교회 예배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신약성경에서 1세기 예배 실황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습니까? 이는 결국 성경을 해석할 신학자와 목회자 몫 아니겠습니까? 성경 해석에는 필연 전제와 가설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전제와 가설은 가능한 한 최소화함이 맞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신약성경에는 복음서가 네 권 있습니다. 그러면 이 중 마지막에 기록된 복음서는 무엇입니까? 아마도 거의 모두 요한복음이라 말하지 않겠습니까? 저 역시 마지막에 기록된 복음서는 요한복음이라 말합니다. 그런데 만약 신약성경 중 마지막에 기록된 문서로 질문을 바꾸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저는 요한복음이라고 말합니다. 요한계시록이 아니라 요한복음이 신약 성경 중 마지막에 기록되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이 지점부터 전제와 가설이 작동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비록 전제와 가설이지만 성경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억지이며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목사인 저는 성경 해석에서 "삶의 자리"(Sitz im Leben)를 중요시합니다. 저자와 기록 배경과 사회 문화 전반을 가능하면 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마태복음을 읽으며 마태교회를 떠올립니다. 마가복음에서는 마가공동체, 요한복음에서는 요한교회를 봅니다. 솔직히 모든 복음서와 서신들은 삶의 자리가 제각각입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그 삶의 자리를 찾아내는 일에 우선해야 합니다.

 

요한 문서를 기록한 사도 요한을 보십시오. 요한 문서들이 기록될 무렵 요한 말고는 사도가 없습니다. 야고보 사도를 필두로 거의 모든 사도가 순교했습니다. 그렇게 2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요한만 살아있는 사도입니다. 사도 요한이 살아있다는 그 자체가 교회 역사 아닙니까? 그에게서 풍기는 아우라(aura)를 어떻게 설명해야 좋겠습니까? 신실한 성도라면 누구라도 공손하게 머리 숙일, 은혜 그 자체입니다. 그랬던 사도 요한이 밧모 섬으로 내동댕이쳐졌습니다. 생존이 힘겨웠을 그 섬에서 사도 요한은 끝끝내 살아남았습니다. 왜냐면 그에게는 여전히 해야 할 소명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일곱 교회에 보낼 편지 내용은 칭찬과 책망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저 편지를 기록하는 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록한 편지를 보낼 일 역시 요한이 해야 할 몫입니다. 그런데 요한계시록을 잘 읽어 보면 그에게는 소명 하나가 더 남았습니다. 소명이 남아있는 한,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게 척박한 땅에서 소망을 일구며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자유의 몸으로 석방되어 밧모 섬에서 나가게 됩니다. 사도 요한이 향한 곳은 에베소 교회 아니겠습니까? 교회로 돌아간 요한이 무언가를 기록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과연 요한이 무엇을 기록했겠습니까?

 

생각 같아서는 서신이라 여겨집니다. 왜냐면 예전에 주님이 일곱 교회와 사자들에게 편지하라 했습니다. 분명 일곱 교회에 편지를 보냈을 테니 관건은 개선 여부입니다. 사실은 개선 그 이상인 회개해야 할 내용 아닙니까? 그러니 회개했는지 확인함이 해야 할 과제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사도 요한은 서신 대신 복음서를 집필합니다. 요한복음 해석 방법 중 성전신학 관점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곧 사람의 손으로 짓지 않은 성전이라는 관점입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이야말로 진짜 성전이라는 견해입니다.

 

2세기 초 예수님이 성전이라는 요한신학 관점은 어떻습니까? 왜 유독 요한복음만이 성전이신 예수님을 강조합니까? 1세기 말 2세기 초 상황을 모르면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AD 70년 로마에 의해 예루살렘이 파괴됩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예루살렘 성전은 초토화됩니다. 성전 파괴 이후 유대교가 해결해야 할 신학 명제가 무엇이겠습니까? 그 명제가 "성전 없는 예배가 가능한가"입니다. 바리새파로 재편된 2차 유대교가 이 문제로 장로들이 얌니야란 곳에 모였습니다. 그렇게 유대교는 격론 끝에 말씀을 강조한 예배를 주창하게 됩니다. 이른바 말씀 중심인 예배 서막이 열렸습니다. 말씀 중심은 어쩔 수 없이 정경 논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 결과 유대교는 24권으로 구성된 정경 체계를 갖추게 됩니다. 요한문서는 이 무렵 신학 정서와 맞물려 있습니다.

 

성전 없는 예배를 따지던 유대교입니다. 그 유대교를 향해 요한은 예수님이 참 성전이심을 주장합니다. 그러니 새 예루살렘에 성전이 없음은 당연한 결말입니다(계 21:22). 정경을 강조한 유대교를 향해 예수님이 말씀이심을 외칩니다(요 1:1). 에베소로 돌아온 요한이 기록한 요한복음에 그 모두를 담았습니다. 분명 일곱 교회에 물어야 할 안부 편지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는 서신이 아니라 복음을 마지막 문서로 기록합니다. 그 요한에게서 예수님을 제대로 보아야 할 신학 명제를 깨닫습니다. 그 사도 요한이 남긴 요한복음에 영생이 정말 어울리지 않습니까? 그 요한이 우리에게 오늘도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요 4:24)

 

 

 

작성 2026.03.18 11:02 수정 2026.03.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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